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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살구 2013. 1. 26. 23:59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피노키오 이야기가 나에게는 블루엔딩이었다..

어렸을 적 tv 만화로 방영된 피노키오 마지막회를 보고나서.. 나는 방으로 돌아가 엉엉 울었다.
나무인형으로 온갖 고생을 겪으며 살아온 피노키오가 사람이 되었을 때.. 나는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무인형 피노키오와 사람이 된 피노키오가.. 별개의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분명 나무인형이 변해서 사람이 된 것인데..
그 사람 피노키오가 어디서 뿅 새로이 나타난 것마냥.. 연결이 안됐다.
고생만 한 피노키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디서 나타난 피노키오같지 않은 피노키오가.. 자기가 피노키오라고 하는 것이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나무인형 피노키오가 넘 불쌍하고 그리워..
어린 맘이 많이도 아팠다. 흑..
지금 생각해보건데.. 아마도 그림 그렸던 사람이 넘 비약적으로 변신을 시켰었나보다.








그랬던 나를.. 우리 은후가 꼭 닮았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잘 흘리는 은후..
슬픈 장면에 눈물이 한 번 쏟아지고나면
해피엔딩으로 끝난들.. 가라앉은 기분은 좀처럼 가벼워지지가 않나보다.














어른돼서 내가 제일 재밌게 봤던 만화 몬스터 주식회사.♡
여섯살 은후에게 작년에 처음 보여줬는데
악당 도마뱀 랜달이 나올 때마다 무서워 훌쩍훌쩍 울기도 했지만
슬픈 배경음악과 함께 부와 설리가 헤어지는 이 장면은..
늘 은후의 눈물을 펑펑 쏟아놓곤 했다.












오늘..
토이스토리 2를 처음 보았다.
유재는 보다가 내 품에서 잠이 들고..
은후는 하도 심취해 재밌게 보길래 계속 보라고 두고 남편과 나만 먼저 저녁을 먹었다..
한참 밥을 먹다 아직도 재밌게 잘 보고있나.. 방 쪽을 돌아본 남편이 "은후 운다.." 하며
방으로 달려간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슬피 울고있는 은후..
어디서부터 울며 보고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우디와 제시가 비행기에 갇히며 친구들과 헤어질 뻔 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었다.

결국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모두가 웃으며 끝이 나지만.. 은후는 다시는 이 영화를 보지 않겠단다.
위기상황이 모두 해결되고.. 깔깔 웃음이 나올법한 코믹한 장면에서도
눈물콧물 쏙 뺀 일곱살 소년은 조금 챙피하고 머쓱한지
애써 웃음을 참는 듯 보인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재미가 없단다. ㅋㅋ
우리집 일곱살 소년에게.. 슬픔은.. 눈물은.. 아직은 감당하기에 불편한..
이런 감정으로 마무리되는구나. ^^

그래도 엄마는 너의 눈물을 볼 때마다 너의 마음 속 따뜻함이 느껴져 좋구나.
평소 우당탕탕 까불이 우리 은후 맞아?
요 반전의 매력 덩어리,
감수성 충만한 우리 아들...♡



다음달엔 <몬스터 주식회사>가 3D로 재개봉되고 -12년 전 봤던 그 때도 거의 3D 수준으로 기억된다만..
6월엔 속편 <몬스터 대학교>가 개봉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는가운데
같이 극장 가서 보자고 해도 은후는 보지 않겠다고 확고히 못을 박고 있으니.. 것참것참..
조마조마하게 하고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영화가
은후 기준에서 아직 재밌는 영화는 아닌가보다. ^^


어쨌거나.
옛날옛적 나를 펑펑 울게 만들었던 피노키오 마지막회를 다시 본다면
지금은 어떤 기분이 들 지.. 참 궁금해지는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