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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

살구 2009. 6. 14. 23:26

주일 아침. 예배를 드리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주차를 하고 매장으로 들어가며 혹시 장을 보다 서로 잃어버릴까 싶어
"핸드폰 챙겼지?" 남편에게 물었다.
"아까 챙기라고 줬잖아."
"엥? 나한테?"

모처럼 은후가 예배시간 내내 잠을 자 준 덕분에
모처럼 유아실이 아닌 본당에서 세식구가 같이 예배를 드렸다.
예배가 끝나고 남편은 자고있는 은후를 안으며 나에게 핸드폰을 챙기라고 줬다는데...
황당했다. 
받은 기억이라도 있어야 기억을 더듬어 어디에 두고 왔는지 생각이라도 해볼텐데.
기억조차 나지 않는걸 보면 무의식 중에 잠시 받아서는 어딘가 두고 온 모양이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은후의 신발과 가방, 주보를 챙긴 기억밖에 나질 않았다.
핸드폰은 주머니, 가방, 차 안 어디에도 없었고 전화를 해봐도 진동소리도 안나고
받지도 않았다.
할 수 없이 다시 차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씽씽 달렸다.
다행히 핸드폰은 교회 사무실에 잘 보관되어 있었고, 내 핸드폰에 울리는 남편의 벨소리를 다시 듣고서야 난 마음을 놓았다.
좀처럼 뭘 잃어버리고 다니는 내가 아닌데... 잊어버리지도 않는데... 참 별일이다
싶었다.
내가 정신이 없어지긴 없어졌구나 앞으론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녀야지 다짐했다.

우린 다시 마트로 향했고... 왔다갔다 고생스럽긴했지만 핸드폰을 찾은게 넘 다행이라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장을 보러 갔다.
하지만 황당한 일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주차를 하고 매장으로 내려가다가 나는 그만 무빙워크에서 미끄러져 넘어져... 오른쪽
손바닥이 바닥의 요철에 찍혀 피가나는 상처를 입었다.

중1때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넘어져 팔목을 삐었던 적이 있었다.
넘어지던 자세가 그때와 똑같았다.
미끄덩~ 공중에 잠시 떴다 오른손을 땅에 짚으며 내 온몸을 받쳤다.
내가 너무 민망했던 건... 요번엔 롤러스케이트도 안신었을 뿐더러... 평지가 아닌 내리막이어서 난 넘어지자마자 반동처럼 바로 다시 일어나지를 못했다. 마치 엎어진 물방개처럼 바둥바둥... 그렇게 몇 초를 버둥대다 겨우겨우 몸을 추스리고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엔 보통 민망해서 아픈건 둘째지만... 찍힌 손바닥은 또 왜그리 아픈지...ㅠ.ㅠ
흰치마 엉덩이에는 선명한 검은 줄무늬가 쫙-쫙-
등 뒤로 넘 아프겠다... 다치지 않았나? 하는 웅성거림을 뒤로 하곤
재빨리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바람처럼 그자리를 떴다. 바들바들 또 넘어질세라 남편의
팔뚝을 꽉 붙잡고.

중1때 넘어진 팔목에선 아직도 움직일 때마다 또깍또깍 소리가 난다.
그나마 요번엔 삐끗하지 않아 다행이다.

꼭 이런 날이 있다.
이상한 일이 두번째 일어나는 순간, 오늘 조심해야겠구나 마음을 먹는다.
몸을 잘 사려서 그 뒤로 더이상의 사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ㅋㅋ
아직도 손바닥은 심하게 욱씬거린다. 끙......
그래도 그나마 두가지로 끝난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ㅋㅋ





고무장갑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