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ky

상처

살구 2011. 9. 14. 21:22



우리 유재, 일주일 전 의자에서 떨어져 머리가 찢어져 응급실에 다녀왔다.
떨어지고 넘어지고... 수도 없이 머리를 쿵쿵 찧고 지내지만
하필 바닥에 단단한 반찬그릇 뚜껑이 있었다. 거기에 그만 뒷통수가 찍혀버렸다.


지난 주 화요일 새벽 6시 반.
119에 신고하고 10분만에 도착한 구급차에 온식구 쪼르륵 앉아 응급실로 향했다.
이른 아침부터 북적북적한 응급실엔 의사선생님 한 분이 혼자서 이 환자 저 환자 돌보랴 정신이 없었다.
지혈은 된 상태였지만 머리이다 보니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해 기저귀 하나 달랑 차고 엉엉 울며 머리 엑스레이를 찍었다.
아빠랑 방사선실에 들어간 동안 나는 밖에서 엉엉 우는 소리를 들으며
아침에 유재 다치기 직전까지 남편과 같이 만든 김밥 챙겨온걸 은후에게 아침으로 먹였다.

엑스레이 사진엔 입을 크게 벌리고 엉엉 울고있는 아기의 얼굴과 두개골이 찍혀있었다.
군데군데 까맣게 보이는 선은 아직 머리뼈가 다 자라지 않아 그런거라고 의사가 설명한다. 다행히 뼈에 이상은 없었다.
문제는 꼬매느냐 마느냐인데
꼬맬 정도는 아니지만 안꼬맬 정도도 아니라 호치케스로 한 방 찝자고 했다.
상처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며.
우리가 보기엔 안찝어도 될 것 같은데... 그거 찝는게 더 아플 것 같은데...ㅠ.ㅠ
일단 응급실에 왔고... 두 번을 물어봐도 두 번을 찝어야 된다고 하니 의사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어 호치케스같은 걸로 한 방 쿡 찝었다.
ㅠ.ㅠ


침맞으러 가는 날이었는데.
다른 날 갈까? 다친 아기를 떼어놓고 가려니 엄마맘은 무겁기만 한데...
유재는 평소보다도 더 해맑게 웃으며 더 쌩쌩하게 잘만 논다.
일찍 오신 친정엄마에게 아기를 맡기고 병원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 뭘 사갈까 고민하다 우리 유재 좋아하는 포도를 한아름 샀다.
애기 때 가끔씩 아플 때면 바나나를 사주시던 엄마... 나도 그런 엄마의 마음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그 철심을 뽑고 왔다.
다리에 철심을 박아본 경험이 있는 남편왈 찝을 때 보다 뺄 때가 더 아프대서 걱정했는데 동네 정형외과에 가니 의사선생님이 1초만에 톡 뽑고는

"끝!" 

하신다.
유재는 잠결에... 뽑은지 만지도 모르고 계속 잔다...


아기 머리에 박혀 있는 철심을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컹하며 섬뜩하던 것이 사라졌다.
머리카락에 가려 상처는 보이지 않지만
상처 부위를 쓰다듬어보면 손끝에 울퉁불퉁함이 느껴진다.
얼마나 아팠을까 우리애기...ㅉㅉ

두 아들 키우며 응급실 두번 째.
응급실로 향하는 마음은 지난번과 달리 더 담대해졌다.
다행인건지...


철심 뽑기 하루 앞두고 어제는 또 저녁먹고 에너지 업돼서 형이랑 둘이 우당탕 뛰어놀다 넘어져 콧등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코뼈 부러진건 아닌가 또 얼마나 철렁했던지.
정형외과 간 김에 물어보니 메디폼 잘라서 딱 붙여놓는 수밖에 없다고. 잘라서 붙여쓰는 흉터없이 낫게 하는 반투명 밴드같은 걸 사다가 붙여놓았는데 이녀석 자꾸 떼어버린다.

은후도 걸음마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밖에 나갔다가 꽈당 넘어져 아랫입술라인이 찢어져 피가 철철 난 적이 있었다.
놀란 아기가 입술을 앙 무니 연한 살에서 퐁퐁퐁 끝없이 솟아나던 그 선홍색의 피...
시간이 지나고 상처도 아물었지만... 아주 환하게 크게 웃을 때마다 내 눈에만 보이는 하얀 흉터 자국이 있다... 다른 사람 눈엔 보이지도 않겠지만 유독 환하게 웃을 때면 또렷하게 도드라져 보이는 그 때 그 흉터가... 볼 때마다 두고두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아아아...
곱게곱게 이쁘게 이쁘게 흠없이 흠없이 다치지 않고 흉터없이...
그건 엄마의 바람일 뿐 얼굴에 몸에 잔기스와 상처가 마를 날이 없구나.

그래... 아들들아... 뛰어라 굴러라 부딪쳐라 넘어져라...
부디 크게 다치지만 말아다오. ㅠ.ㅠ;;  제발...OTL
엄마는 우당탕 소리에 매일매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오늘도 무사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기도한다.





 


우리가족을 그렸더니
유재는 코를 다쳐서 코가 빨개. 하고 은후가 빨간코를 만들어놓았다.

빨간코야... 빨리 나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