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끼로 가득찬 요 표정.
이녀석의 말썽이 요즘들어 최고조에 이르렀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지.
물으면 은후는 신바람이 나서 화장실로 뛰어가 문을 연다.
이닦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녀석.
이를 닦는다기보다 은후에게 치카치카는 단물이 다 빠질 때까지 칫솔을
빨고 빨고 또 빠는 일이다.
단물이 남아 있는데 칫솔을 가져가려고 하면 세상을 다 빼앗긴 듯 눈물을
뚝뚝 흘리며 통곡을 한다.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하고싶은만큼 원없이 하고 나서야... 맛없어진 칫솔을
단물빠진 껌뱉듯 순순히 내어준다.
아침에는 바나나맛, 저녁에는 사과맛.
치약을 얼만큼 묻혀주느냐에 따라 이닦는 시간이 길고 짧아진다.
아무리 먹어도 되는 아기치약이라지만...
보고 있으면 기분은 그다지.........ㅡ.ㅡ;;;;;;;
은후의 말친구.
꼭 이렇게 앉혀둔다. ㅋㅋ
손끝이 가리키는 곳은 창가의 검은 커튼봉 오른쪽 끝자락이다.
하얀벽에 검은색 커튼봉이라 명암대비가 확실해 어느순간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나보다 싶었는데...
가끔씩 한밤중에 자다깨서도 뭔가 중얼중얼 말하는소리가 나서 가보면
깜깜한 방에서도 그곳을 향해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며 마치 누군가와
얘기를 하듯 중얼중얼 하고 있다.
근데 그 모습을 하루...이틀...일주일...한달... 반복해서 보고 있으면...
몹시 섬뜩하단 생각이 든다. ㅡㅡ;;
우리집에 캐스퍼같은 꼬마유령이라도 살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것이.
며칠 전 커튼을 모두 떼어내 창가가 휑해졌다.
커튼은 일주일이 넘도록 잠수중.
빨리 빨아서 다시 달아야는데 당최 빨 시간이 나야 말이다. ㅡ.ㅡ
암튼 며칠을 휑한채로 지내다... 은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그 지점에
바지와 양말을 널었다.
바지와 양말이랑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좀 덜 섬뜩할테니까.
근데 바지와 양말을 널어둔 뒤로 은후의 중얼거림이 사라지고 있다.
진작 바지를 널어둘걸. 싶은 한편
엄마가 유령친구를 쫓아 은후가 심심해진건 아닌가 싶기도 한 것이.
이럴 땐 정말 은후의 속마음을 묻고 싶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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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세 달이 지난 요즘.
창밖으로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자동차와 기차를 발견하게 된 후로
이제 꼬마유령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가보다.
허공을 향한 은후의 중얼거림은 사라졌고
이젠 오로지 "부우부우~ 폭폭~ 폭폭"
은후의 마음 속에 보이는 건 저멀리 창밖넘어 기차와 자동차 뿐이다. ^^
100일 챙기고, 돌 챙기고.
200, 300, 400일은 그냥 지나쳤어도 500일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따로 준비한건 없었지만...
싱싱하고 맛있는 새우반찬을 해줬다. 헤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고마워~♡
앞으로도 밥도 잘먹고 더 튼튼하고 씩씩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자꾸나~♡
첨 봤을 땐 화들짝 놀랐는데 다행히도 서랍이 생각보다 튼튼하다.
내려오다가 턱을 한번 살짝 긁힌 적도 있지만
자기도 무서운지 무척이나 조심한다.
몸이 좀더 커지면 못들어가겠구나.
사이즈가 딱맞네.
들어가긴 쉬워도 나오기는 만만찮군.
상만 펴놓으면 쪼르르 올라가서는 내려달라고 잉잉~
내려주면 또올라가고 또올라가고.
설거지 하면서 귀찮아서 한참을 안내려줬더니
바닥에 쌓아놓은 자기의 작품을 바라보며... 이렇게 심심하고 뚱한 표정으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맨날 싱크대 속 잡동사니들 꺼내다 어지럽히기만 할 줄 알더니
요즘은 가끔씩 이런 작품^^을 만들어놓고 엄마를 감동시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