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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07 나무공예. 숟가락 깎기.
  2. 2017.11.23 나무사슴

나무공예. 숟가락 깎기.

2017. 12. 7. 17:36 from green

 
























🍂🐿

너무 예쁘게 만들겠다는 욕심은 내려놓고

투박하고 조금 못생겨도 정겹게~🎶

손 가는대로 밑그림을 쓱쓱 그렸는데

시작부터 너무 예쁜 동그라미가 나와버렸다.


나의 첫 나무 깎기.

예상했던 정교함에 앞서

생각보다 힘이 무척 필요한 작업이었다.


이틀에 걸친

집중과 몰입.

한 끌, 한 끌, 한 칼, 한 칼

나의 조심스런 칼질, 망치질에

선생님의 마법의 손 힘이 더해져

보름달처럼 예쁜 나만의 숟가락 탄생.


호두찧어 기름 바르니 참죽나무에 한층 깊은 색이 돈다.

행운의 하트호두😍

4일 뒤 다시 한 번 발라주면 또 어떤 느낌 될 지.


알프스에서 할아버지가 끓여주신 스프를 먹던

하이디의 숟가락같다.

어린 시절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무척이나 맛있어보였는데

그 맛이 날 것 같은 숟가락이다.


보름달을 떠먹듯

스프도 떠먹고 씨리얼도 떠먹고

아이스크림도 떠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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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

나무사슴

2017. 11. 23. 14:36 from green










 🦌❤️

목공소같기도 하고 나무공방같기도 한 우리동네 어느 작업실 유리 안에서 이녀석을 처음 보았다.

나무그릇, 컵, 숟가락같은 물건들 틈에 혼자 생명을 가진 형상을 하고 있어 내 눈에 들어오는 특별함은 컸다. 한 쪽 다리를 다쳐 측은해보이는 모습 속엔 무슨 사연이라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인지 더 마음이 갔다.


둘째가 학교 끝나고 혼자 집에 올 수 있게 되면서 그 길을 몇 달동안 거의 다니지 않다

추운 겨울 아침, 오랜만에 그 앞을 다시 지나게 되었다.

뿔이 없던 그 땐 몰랐는데 녀석은 사슴이었다. 나의 계절이다. 라고 말하듯 화려한 뿔을 뽐내며 위풍당당 서있는 그 모습에

추워서 꽁꽁 싸매고 나온 나는 마음이 훅~

그리곤 이름도 간판도 전화번호도 없는 그곳에서 유리 안 명함 속 전화번호를 발견해 문의를 드리고 찾아가

판매할 계획없이 만드신 작품을 결국 우리집으로 데려왔다.







정체 모를 장소의 정체 모를 다리다친 동물이었을 땐, 마음엔 들어도 이렇게까지 사려고 노력 안해봤는데. 결국 난 화려한 뿔에, 화려한 변신에, 화려한 겉모습에 한순간 마음이 움직인건가? 쓸데없이 잠깐 찔렸다. 어찌되었건 나는 지독한 탐미주의자인걸.


목수님이 떠나보내시며 광목천으로 이불 덮듯 고이 싸주시는 모습을 보니 정든 딸 시집보내는 기분이실까 싶다가... 얘는 뿔이 달렸으니 장가보내는 기분이시겠구나...

그곳엔 칠공소라는 이름이 있었고 그곳의 창가자리를 꽤 오랜 시간 지켜주며 잘 어울리던 녀석이었는데 내가 넘 갑작스레 데려와버렸다. 작별인사할 시간도 못 드리고...

"또 저 자리 채워줄 예쁜거 하나 만드셔야겠어요."








하루종일 캐롤을 들었다.

사슴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있으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또 한마리 나의 사슴. 왼쪽 뒷다리를 다친 이녀석처럼 지금은 왼쪽 앞다리가 부러진, 스무살 봄에 샀던 나의 유리사슴.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니 나도 모르는 새 귀 한쪽도 부러져있다. 사슴은 나에게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나? 길에서 사슴을 만나면 꼭 집으로 데려오게 되는 것 같다.

🦌🦌






나무의 느낌은 언제나 참, 따스하다.

나에게 자연은 언제나 옳다.

오랜만에 나를 위한 선물, 행복하다.

이젠 집 안에서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눈이 가고,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은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마음에 드는걸 찾기는 이상하게 예전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뿐인 이런 물건들이 그래서 나는 참 마음에 와닿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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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