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2011. 2. 18. 21:58 from yellow




지금은 둘을 키우느라 힘든거지만
하나만 키울 땐 또 그때대로 초보엄마라서 힘든 점이 많이 있었다.

아기가 마냥 예쁘기만 한 것과는 별개로 육아란 엄마로서의 또 다른 강인한 마음을 필요로 했다.
새로운 삶에 나 자신을 맞추며 적응해 가다가도 문득문득 여러가지 이유들로 마음이 한번씩 울적해질 때, 나의 소중한 친구 에리카가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다.


어제 동네 아줌마가 아이들을 봐달라고 해서 수영장에서 데리고 놀았는데 3명씩, 3살
6, 9살... 힘들더라. 근데 3살짜리 안고 같이 수영 했는데.. 넘 가볍고 좋더라. 그 따듯한 느낌이라니... 힘들어도 엄마들이 엄마이길 그만 안두는 이유도 이런 따뜻함이 주는 소중함이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


그런거야? 친구?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대학 시절 교회에서 유치부 교사를 몇 년간 맡았었다.
어느 날인가 한 아이가 뺨이 볼록해져서는 맛있게 사탕을 먹고 있길래
"사탕 맛있니? 선생님도 하나 줘~" 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 참 아무렇지도 않게 해맑게
먹고 있던 사탕을 꺼내 나에게 내미는거다.
순간 당황한 나는 무심코 한 말에, 하나밖에 없는 사탕을 기꺼이 나에게 내어주는 아이의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마워... 아이의 그 맑고 착한 마음을 외면하고 싶지 않아 나또한 아무렇지 않게 사탕을 낼름 받아 맛있게 먹었다. ^^

입 속 가득 퍼지던 아이의 그 따뜻한 온기란...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따뜻한 사탕' 이란걸 먹어봤다. 그리고 그건 그때까지의 내 삶에 있어 잊혀지지 않는 참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 사탕이 어떤 맛이었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입 속 가득 퍼지던 아이의 그 따뜻한 온기만은 여전히 느껴진다...

요즘같았으면 그런 상황에 난 어떻게 했을까?
"아니야 괜찮아~ 고마워 너 먹어~" 하고 웃으며
마음만 받았겠지... 사탕먹으면 치카치카 잘해야돼요
젤먼저 충치걱정부터 했을테고.
나는 아마도 지금보다 그 때 더
아이들의 마음 높이에 더 가까왔던 것 같다...








올 겨울은 많이도 아팠다.
웬만해선 감기한번 걸리지 않는 막강체력이었건만
두 아이랑 씨름하며 맞는 처음 겨울은
찬바람만 쐬고 들어오면 골골거리며 여느 겨울답지 않게 감기와 친하게 지낸 것 같다.








겨울이면 아기를 만지는 내 손은 참 미안해진다.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어야 할 엄마의 손이 왜이리 차가운지...
기저귀를 갈아주다가도 오히려 아기의 온기에 내 손이 따뜻해질 때가 있다.
미안하면서도... 따뜻하고 보드라운 느낌이 참 좋다.
새벽에 깨 엄마를 찾는 아기를 품에 꼭 안고 젖을 먹이고 있으면
따뜻한 아기난로를 안고 있는 것 같다. ^^

추운 겨울... 얼음장같은 내 손을 따뜻하게 녹여주던 남편의 손이 생각난다.
결혼하고선 차가운 발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발이 있어 좋다. ^^

나에게 따뜻한 겨울의 기억은,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였던 것 같다.


유독 춥고, 아프기도 했던 올 겨울은
한편으론 그래서 더 따뜻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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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