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2011. 8. 1. 23:42 from violet

 



헤르만 헤세의 단편소설 '7월'.
방학을 보내러 놀러간 이모네 집 다락방 같은 생활...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밝고 환한
나른한 햇살같은... 아련한 기억... 기분좋기도 하고 조금은 덥기도 하고... 반짝이는 물처럼... 흐르는 듯 머물러 있는 듯... 그렇게 지루한 듯 나른한 듯... 하지만 분명 쉼이 되었던... 방학같은... 그런 여름의 기억.

나에게 요번 7월은 딱 그랬다.









집으로 돌아왔다.
4주 동안의 길고도 짧은 입원생활을 마치고 나는 다시 내자리로 돌아와 있다.

봉침, 약침을 비롯한 수백방의 침치료, 추나, 뜸, 물리치료, 하루 세 번 한약...

미칠 것 같던 허리와 다리 통증도 이제는 사라지고...
이젠 걸음걸이도 어기적거리지 않고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난... 여전히 달릴 수는 없다.
컨디션 좋을 때마다... 이젠 달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슬슬 달려보면
왼쪽 다리가 아직은 내 몸에 내몸같지 않게 붙어있는 느낌이다.

은후 유치원에서 열릴 2학기 가을운동회 때, 엄마들 달리기 나가서 1등먹어야는데.^^
달리기 좋아하는 내가... 지금 상태로는... 참가도 못해보겠다.

아아... 달리고 싶어...  나는 다시...








비록 아파서 시작되긴 했지만 4주란 시간은 나에게
회복의 시간이었고... 모든 힘든 일들로부터 격리된 시간이었고... 몇년만에 누려본
잊고 지내던 자유의 시간이었다.







예쁘게 꽃 그리고 신혼여행 갔었던 내 손톱.
집안 살림을 시작하니 자꾸만 자꾸만 부러져서... 결혼 한달만에
기르던 손톱을 모두 짧게 잘랐었다.







그랬던 내 손톱이. 다시 반짝옷을 입었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아가씨 시절 이후 거의 처음으로 손톱에 멋을 부려보았다.






오래 입원한다고 나름 생각해서 손톱을 다 바짝바짝 깎고 병원에 들어갔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길러도 됐을걸.^^






침맞는 여유로운 손.
아프지 않아 보여...^^






나는 다시...


현실로 복귀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두 어린것들을 뒤로 하고
자꾸 내 시간을 갈망하는 이기적인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몸은 가벼워지고
마음엔 후유증이 남았다. ^^


제자리로 돌아갈께...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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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