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야구 바비

2011. 9. 9. 13:43 from babypink

 




내가 초등학교 4학년때였나보다.

그시절 유행하던 9가지쯤 되는 바비인형 시리즈가 있었다.

모두 기억나진 않지만... 난 연분홍빛 미니스커트 토끼의상을 입은 바비랑
야구의상을 입은 바비인형 두 개를 놓고 몹시 고민하다 결국 야구바비를 선택했다.

얼마나 아끼고 예뻐했는지...

사촌동생이 체조시킨다고 부러뜨린 허벅지 관절도 강력접착제로 붙여 감쪽같이 고쳐주고, 머리 빗기고 목욕시켜주고 옷갈아입히고... 정말 나의 손때가 많이 묻은 인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정든 나의 바비는 내가 고등학생이 된 어느날...

엄마가 우리집에 놀러온 어린 손님에게 덜컥 안겨 보내버려 지금은 어딘가에 살아남아 있는지 버려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

펄펄뛰는 나에게 엄마는 다큰애가 무슨 인형이냐며...ㅠ.ㅠ

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난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내껀데...ㅠ.ㅠ

 

그때는 바비가 다른 옷을 입고 있어서 야구옷은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다.

결혼할 때도 인형들은 모두 챙겨왔다.

모자도 가죽잠바도 청치마도 운동화도 스타킹도... 옷걸이도... 머리빗도... 좀 낡았지만 모두 그대로다.

 

 

저 큰 빗은 은후가 태어나고 은후의 빗이 되었다.

인형빗 치곤 늘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한살배기 아기 손엔 딱이다.

이 빗으로 머리를 빗겨줄 때면 기분이 참... 재미있다.^^

인형놀이하던 그시절도 떠오르고,

다시 인형놀이를 하고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은후는 머리빗으라고 빗을 주면 꼭 빗살쪽을 잡고 손잡이로 쓱 한번만 빗고는
다시 나에게 건네준다.

볼때마다 귀엽다.

빗도.

내 아기도.

 

언제나 그렇듯

소중한건 오래 기억되고

오래 간직되는 것 같다.

먼 훗날... 은후의 물건들을 보더라도 그렇겠지.

이렇게 작고 귀여운 시절이 떠오르며... 엄마아빠 졸졸 따라다니고
말썽 많이 피우는 지금이 떠오르며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




2009.3.9.

 






 






그렇게 작별인사도 없이, 행방불명된 줄로만 알았던 나의 야구 바비를
거의 20년만에
다시 찾았다.

작년 어느날, 어린시절 가지고 놀던 뷰마스터랑 필름들을 찾으러 친정집 다락에 올라갔다가 꽁꽁 묶여있는 비닐뭉치 속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이녀석을 발견했다.

엄마는 역시 버리지 않으셨어...ㅠ.ㅠ 고마와요 마미...ㅠ.ㅠ

나에게 이런 큰 기쁨을 안겨주시려고... 엄마가 장기적으로 계획하신 깜짝이벤트에 말려든 거였다고 생각할께요. ㅠ.ㅠ
비록 은후에게 물려주고싶던 내 어린시절 장난감들은 찾지 못해 마음 속엔 또 새로운
아쉬움이 생겨났지만... 뜻밖의 보물을 건졌으니... 괜찮아...
모든걸 가질 순 없는게야...









깨끗이 목욕시키고
10년 넘게 떡져있던 머리도 깨끗이 감아 부드럽게 린스해주고
하지만 아무리 비누칠을 해봐도
뽀얗고 흰 피부는 되찾을 수가 없구나.
지워지지 않는 어린시절 나의 손 때.


간지좔좔 흐르던 가죽잠바에도 세월의 흔적이...
이건 가죽도 아니고 레자도 아니고 비닐코팅이었던게야...
양쪽 팔을 끼워넣는 순간 파랑 가루가 우수수 우수수...
포즈를 조금만 바꿔볼래도 우수수 우수수...
우수수 우수수 가루 날릴 때마다 마음이 아파온다. 이러다 흰잠바 될라... ㅠ.ㅠ







 



각도만 조금 바꿔 다시 찍어본다.

Made in Korea 바비.
당시 나왔던 한국 바비들은 다 이렇게 동그란 얼굴, 동그란 눈에 살짝 내려온 눈꼬리... 수북한 뱅스타일. 바비보단 제니같은 얼굴이었다. 대부분 매서운 아줌마 페이스였던
서양 바비들과 달리... 우리나라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태어난 착하고 귀여운 친구같은 얼굴이었다 기억한다.









오랜만에 양말도 신어보자.
나는 이런 양말류를 특히나 아꼈다. 인형 물건중에서도 작으면 작을수록
나의 사랑을 받았다.
젤 아끼던.. 발목을 한 번 접어신던 노란 양말 한켤레는 결국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만.

암튼 이런 두터운 가로줄무늬 니삭스를 신고도 다리가 저리 날씬해 보일 수 있다니
너는 천상 바비로구나
부럽다야~
세월의 흔적으로 좀벌레먹은 구멍 하나 뽕~
벌레중에서도 젤싫은 좀벌레ㅡ.ㅡ!!









이또한 아끼던 스타킹 한 켤레.
이건 구멍하나없이 완벽하다.
각선미도 여전하구나.
어느 각도에서 봐도 아름답다.

무릎관절은 또깍 또깍 또깍
세번 꺾인다.
뒤로 두 번. 앞으로 한 번.

또깍 또깍 또깍. 세 번.
여전하다.


스타킹을 신은 김에 새 옷도 입어보자.









너에게도 널 쏙 빼닮은 예쁜 딸 하나쯤 있어야겠지.
거의 25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1999년 Barbie Fashion Avenue 제품인데 안타깝게도 80년대 Korea에서 태어난 너의 발은 너무 커서 들어가지가 않는구나.












왼쪽에 있는 인형이 야구 바비.
1988년 어느 햇살 좋은 봄날, 마당에 데리구 나가 찍어주었던 사진이 아직도 내 앨범속에 고이 남아있었다.
체조시킨다고 허벅지 부러뜨렸던, 지금은 서른 살이 된 사촌동생 다리도 뒤에 보인다.^^





은후 버스 태워 보내고 들어오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오는 하루,,,
유재 낮잠자는동안 짜짜로니 하나로 대충 점심을 때우고 요로고 놀았다.
비오는 창가에서.


야금야금... 때로는 추억을 먹고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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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