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고 찢어지는 일상...

2013. 2. 20. 23:45 from white


제목 참 끔찍스럽다.
그치만 이게 우리집 현실이다.

잠잠하다 싶으면 한번씩 또 사고가 터지니
긴장을 늦추며 살 수가 없구나. 아니 어쩌면 그냥 그렇게 부딪히고 터지며 상처아물날 없이 자라가는 게 남자아이들 일상이라고 마음편히 받아들이며 담담히 사는게 내 정신건강에 더 좋을 것 같다.

저녁 7시~8시 사이.
가만 돌아보면 특히나 조심해야 할 시간대가 딱 요때다.
저녁 먹기 전후해 하루동안 쓰고 남은 에너지 마지막으로 다 쏟아버리자는 듯한 두녀석 마지막 몸부림의 시간.
뛰지마 다칠라 조심해 이런 말들이 무슨 소용있겠니.

이틀 전도 상황은 딱 그랬다.
나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고 두녀석은 평소보다 좀 심하다 싶게 뛰며 깔깔대며 미끄럼틀 주위를 뱅뱅 돌며 놀고있었다.
전력질주 하다가도 괜히 둘이 몸을 부딪혀 넘어뜨리고 쓰러지고 일부러 넘어지고... 에너지 뻥 터지는 듯한 그런 충돌을 좋다고 둘이 깔깔대며 반복반복한다. 꼭 한놈이 다치기 전까지.

미끄럼을 타고 내려와 비키지 않고 앉아있는 유재에게 은후가 일부러 부딪히려고 달려들었다가 일이 터졌다.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심상찮은 울음소리로 바뀌는 순간. 또 올 게 왔구나 싶은 그 섬뜩함.










또 입이다. 입... 은후 입은 정말 수난시대다...
권투선수 입마냥 피가 넘쳐나며 윗니 아랫니가 모두 피에 흥건히 잠겨있었다.
또 이를 다친거야???

불과 지난번 사고 때만 해도 먼저 아이를 챙기며 안심시키고 수습을 했던 것 같은데
자꾸자꾸 이런일이 반복되니 나도 자꾸자꾸 화가 나고 속이 상한다. 그렇게 피를 머금고 울고 있는 은후를 보니 넘 속이 상해 그것봐 엄마가 뭐랬어 뛰지 말라고 몇번을 말했어 은후가 엄마말 안들어서 그런거니까 엄마는 몰라!!
다시 쌩하니 주방으로 갔다가 정신을 차리곤 다시 아이에게 돌아갔다.

또 이를 다친건지 입술이 그냥 터진건지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화장실로 데려가 세면대 앞에 세우고 입을 닦아주었다.

전에 앞니가 잇몸에 박혀들어갔을 때처럼 살점이 떨어져나오는 듯한 무서운 피가 쭉쭉 흐른다. ㅠ.ㅠ 손으로 끊어도 끊어지지 않는... 그런 피가 저번보다 더 심하게 늘어지듯 흐른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한 느낌으로 겨우 한 줄 끊으니 그런 피가 또 흘러나온다. ㅠ.ㅠ 그렇게 두 번을 끊고 나니 다행히 피가 멎었다. 심하게 찢어진 것 같아 또 119를 불러야하나 잠깐 고민했는데 피가 멎으니 그나마 안심이 됐다.
양치컵에 물을 받아 입 헹구라고 주려다가 보통때 컵도 하도 험하게 가지고 노는지라 괜히 컵에 있던 균들 상처부위에 옮을까봐 입도 안 헹구고 그냥 뱉지 말고 삼켜!! 했다.

윗입술 가운데부분 조금 안쪽이 심하게 찍혔다. 유재 머리에 부딪혀.
입술은 퉁퉁 붓고 눈물과 땀으로 범벅된 채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 그 눈빛이라니...
한바탕 수습하는 모습을 화장실 문턱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유재는 형아가 나오자마자 눈을 땡그랗게 뜨곤

"횽아 왜 그래? 횽아 다쳤또? 마니 아파?"
열심히 호~ 를 해준다. 에효... 누굴 탓하겠니.
그러고보니 유재도 은후 다치기 조금 전 어디서 다쳤는지 왼쪽 눈두덩이 살갗이 벗겨지고 피가 나고 멍이 들고 상처가 제법 크게 났던데. 웬만한 상처에는 울지도 않는 유재. 눈은 괜찮겠지? 휴... 그런 눈으로 애처로이 형아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나마 입 안이라 상처도 금방 아물고 흉터도 안남을테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밥은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더니 한그릇 뚝딱 잘먹고.
이제 아프지 않다고 금세 방긋 웃는 얼굴로 돌아오는 말썽꾸러기 녀석.









밥먹곤 둘이 또 무슨일 있었냐는 듯 우당탕탕 놀고 있길래 오랜만에 50센치 자 꺼내들고 군기 바짝 잡았다.

엄마는 요기까지. 딱 요기까지가 한계다.
더이상 크게 다치는건 앞으로 눈뜨고 못보겠다.

두녀석 중고딩쯤이나 되면 가능하려나?
그땐 농구공 하나 던져주고 쫓아낼거다.
치고박던 다치던 둘이 알아서 밖에 나가 놀고 오라고~
지금은 일일이 쫓아다니기도 넘 힘들고...
이렇게 피튀기는 현실은 더 힘들고... 아...
내마음에도 반창고 하나 붙여줘야지.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끼는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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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