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거칠다...

2011. 11. 7. 21:21 from milky

 




내또래 아들 둘 엄마들 보면 괜시리 10년 넘은 깊은 친구같다.
나에게 아들 둘 장성하게 키워내신 어머님들은 존경의 대상이고
아들 셋 훌륭히 키워내신 어머님들은 신이다... 신...@.@ㅋㅋ
아들 넷...... 상상할 수 없다.


두 아들 데리고 다니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어휴... 힘드시겠어요..."
"딸이 없어서 어떡해요..."
"엄마한테는 딸이 있어야 하는데..."
"딸하나 더 낳아야겠네요..." 다.

연세 지긋하신 할머님들은
"엄마가 욕심이 많구먼~ 욕심이 많어~" 하시기도 하고...
언젠가 동사무소 앞에서 만났던 한 할머님은 아들 셋, 딸 하나를 키우셨는데
키워놓고보니 "딸 하나가 아들 셋보다 낫다" 하셨다.

허리아파 병원 입원했을 때, 6인실 병실에서 결혼 안 한 아가씨 한 명 빼고
다섯 중 나포함 세 명이 아들 둘 엄마였다.
어머니뻘 되셨던 우리방 왕언니 말씀하시길. 우리는 딸도 없는 목메달이라고...
목메달......컥!!!

우리집 아랫층 아주머니도 두 아들 키워 모두 장가보내신 아들 둘 어머니시다.
언젠가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하소연하듯 말씀하시길...
정작 나는 괜찮은데... 왜 주위에서들 그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딸이 없어서 어떡하냐고들... 나는 괜찮은데...
아들 둘도 저희들끼리 우애있게 잘 지내는 모습 보면 든든하고 좋은데...
주위에서 그런 얘기... 이젠 하도 많이 들으니 듣기 싫다고...ㅋㅋ
손주들까지도 모두 아들인 아주머니... -ㅁ-;;
그렇다보니 우리 두 아들들 쿵쿵거리고 시끄러운 것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고
애들은 뛰면서 자라야한다고 자꾸 뛰지말라하지 말라시고...
집에 안계신 시간대도 가르쳐주시며 그 땐 애들 기죽이지 말고 맘껏 뛰게 하라신다.
우리는 정말 좋은 이웃을 만난거다. 얼마나 감사하고 한편으론 민폐윗층인게 죄송한지...ㅠ.ㅠ








다양한 육아서적을 읽어봤지만
많고 많은 내용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말이 있다.

남자아이들은 외계인이라 여기고 키워라.

머리 움켜쥐고 쥐어짜고 흔들어보다가도
이 한마디면 그냥 단순하게 모든 것이 정리될 때가 있다. ㅋㅋ


오늘 아침 자고있는데,
둘째 아들내미가 핸폰으로 내 이마를 내리찍어 놀라 깨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 퍽! 한방은 빨리 암호 풀고 소녀시대 마이피플송 들려주라는 뜻이란걸 엄마는 안다.
악! 소리에 놀라 달려온 남편한테 내 이마 괜찮냐고 물으니 괜찮긴... 퍼렇다고...
남편 출근하고 은후 유치원 가고 세수하려고 그제서야 거울 앞에 서서 이마를 보니
퍼렇다던 상처는 빨갛게 패인 상처로 변해 있었다.
하루종일 이마가 간질간질하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두 녀석들 키우며... 나도 이젠 어느정도 적응돼서
불시에 날아오는 장난감들도 유유히 앉아 한 손으로 독수리처럼 낚아채고...
그런 내 순발력에 스스로도 감탄하곤 하는데...
가끔씩 이렇게 완전 무방비 상태에서 럭비공처럼 들이닥치는 녀석들을 당해낼 순 없다.

공같이 둥근~ 머리는 하나요~ 라고 했던가.
다만 둥글기만 해서 공같은 게 아니라 남자아이들 머리는 정말 언제 어떻게 튀어오를지 예측할 수 없는 공 같다. 그것도 거의 볼링공 급의 무게와 강도를 가진...>.<ㅋㅋ
그 공에 엄마는 코뼈 부러질뻔 하길 수십 번... 입술 터져 피 나길 수십 번...
안경에 얼굴 긁혀 상처나길 수십 번... 그래서 이젠 집에서도 렌즈를 낀다. 사실 안경 두개도 다 다리 부러뜨리고 찌그러뜨려놔서 쓸 안경도 이젠 없고. 흑흑
책 읽어달라고 딱딱한 보드북 끌고 온 아들내미한테 책 모서리로 등판 찍히고 그자리에 엎어져 엉엉 목놓아 울어버린 적이 있었다. 다른 것 다 떠나 너무나 아팠다. ㅠ.ㅠ









하나에서 둘로...
둘이 되니 1+1은 2가 아닌 3이상 4이상의 에너지가 된다...

밖에서 아이들 손 잡고 걸어보는게 소원이다.
엄마 손 뿌리치지 않고 엄마 손 꼭 잡고 같이 걸어준 적 한 번 없는 아들들.
밖에만 나가면 발에 모터 달리는 아들들.


그래도 나는 아들 둘 좋다.
현실은 거칠고
밤이면 지쳐 쓰러져 잠들어도
아들 둘. 행복하다.

딸이 없어서 어떡해요... 아들이 없어서 어떡해요...
하는 말은 다 부모 욕심에서 나온 말같다.
나는 하늘에서 받은 선물에...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뿐.


현실은 거칠지만
나는 행복하고...
두 아들은 나를 조금씩 조금씩 더 강한 엄마로
더 행복한 엄마로 길들여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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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