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0.30 사랑의 묘약

사랑의 묘약

2013. 10. 30. 22:24 from violet


그동안 우리집 생활 리듬에 변화가 좀 생겼다.

7월 한 달 대략 유재 어린이집 적응기를 무사히 마치고
8월부터 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마냥 좋았던 결혼 전의 재택근무와는 달리 결혼 후의 재택근무는 달라도 참 많은 것이 다르다.

일+집안일+육아.

모든 것이 한 공간 안에서 고스란히 내몫인..
이건 뭐 워킹맘도 아닌 전업맘도 아닌.. 참 애매모호한 선상에 있지만..

여전히 가까이서 아이들을 직접 돌볼 수 있어 좋고
일을 할 수 있어 좋고
비교적 자유로이 여가시간을 조절할 수 있으니.. 좋다.
좋은 쪽만 생각하자. 좋은 쪽만.^^

암튼 그로인해 남편도 플렉서블 출퇴근제를 신청해 10월부터 출퇴근시간이 한 시간씩 늦춰졌다. 사실상 출근시간만 한시간 늦춰진 셈이니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한 시간 늘었다.

9시를 기점으로 세남자 출근완료시키고나면
집안일 정리하는데 대략 한시간 반이 걸리고.

그 뒤론 일을 하거나..
잠깐 도서관에 다녀오거나..
이렇게 가끔씩 보고싶은 공연, 전시가 있으면 혼자서 룰루랄라 다녀오기도 하는데..
요 세번째 시간이 난 젤루 좋다.^^

브런치 오페라.
집근처 아트센터 지나며 나도 여유로이 저런거 볼 수 있는 날이 오려나 했는데.

지난 달엔 카르멘.
요번 달엔 사랑의 묘약.

평일 낮. 11:00a.m. 꿈의 시간에

눈앞에 펼쳐지는 무대가 현실이 되었다.










두가지 사랑 이야기.

해피엔딩 vs. 비극.

비극이래봤자.. 어짜피 허구라면..
행복하게 끝나는 뻔한 스토리보다는 뭔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여운이 남는.. 그런 결말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해피엔딩이 좋다.
하하하 웃을 수 있는 스토리에.. 결말 역시 웃으며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아마도.. 지금은 굳이 그런 무겁고 복잡한 얘기가 아니더라도 내마음 속 짐이 이미 천근만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ㅋㅋ
애기같던 그 옛날엔.. 걱정거리가 없으면 만들어서 괜한 걱정을 하던 그런 시절이었고. ㅋㅋ
이렇게 말하면.. 이십대 방황기 나름 힘들었던 그시절 내가 서운할라나? 우울함도 즐기던.. 돌도 씹어먹던 그 시절. ㅋㅋ

암튼 이젠 무조건 해피엔딩. 재밌는게 좋다. 웃을 수 있는거.
그래서 난 카르멘도 좋았지만 사랑의 묘약이 더 재밌었다. ^^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무대 위의 공연은
아무리 목이 아픈들 앞자리가 좋다.
뭐 관객을 무대 위까지 끌어들이는 그런 부담스런 공연이 아니고서는. ㅋㅋ
땀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섬세한 떨림까지.. 스토리가 어떻든 배우들의 그런 열정과 에너지를 가까이서 보고 있노라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그렇게 앞자리 좋아하다 요번엔 공연도중 선물까지 받는 깜짝 행운이!

사랑의 묘약을 보다.. 사이비 약장수 둘카마라로부터 사랑의 묘약을 선물받는
미묘하고도 신기한 행운이......^^








복분자 아니고 사랑의 묘약임. ㅋㅋ

워낙에 경쾌하고 밝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뮤지컬같은 오페라였다.
엉터리 약장수 둘카마라가 뚜벅뚜벅 무대 아래로 내려와 어떤 분에게 엉터리 진단에 엉터리 처방을 하나 해주곤
다시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아니 처자~~(처자랜다. ㅋㅋ)  처자는 더 큰일이야~~
저녁 되면... 갑자기 배가 막 고파지고 그러지?"

"ㅋㅋ 네..."

"그거...... 간이 안좋아서 그래... 이거 먹으면 싸악 나아..."


하고 건네준 복분자다. ㅋㅋ

알고보니 극 속의 사랑의 묘약도 이 복분자. 극 속의 주인공 어리숙한 순박청년 네모리노도 이 약을 먹고... 어쨌든 사랑을 이뤘으니... 보는 내내 나는

'와...... 집에가서 빨리 원샷해야지...' 하는 생각. ㅋㅋ








근데 이 복분자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집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는 순간. 똑같다.
며칠 전 남편이 냉장고 앞문에 넣어둔 복분자.
알고보니 우리집에도 이미 사랑의 묘약이? ㅋㅋ

우리 1호 유치원 갔다 돌아오자마자 붙들고 자랑하고나서 원샷하고 있는데...
우리 1호.. 약의 효과에 대해 둘카마라처럼 고대로 들려줬더니.. 옆에서 어찌나 한모금만 달라고 애원하는지.. 결국 세모금이나 줬다.

남편 먹으라고 한 병은 남겨뒀었는데..
며칠 뒤 남편이 왜 빈 병을 넣어뒀냐고 묻길래 보니.. 새앙쥐같은 우리 1호가 엄마몰래 언제인가 한 병을 또 다 마셔버렸다.
흠... 우리 1호... 요즘 자꾸 이러기다... ㅋㅋ
암튼 그 뒤로 유재랑 사이좋게 잘 놀 때.. 동생 예뻐해 줄 때마다 칭찬해주면
자기도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곤
자기가 사랑의 묘약을 먹어서 그렇다나? ㅋㅋ


나는 사랑의 묘약을 원샷한 다음날 남편이랑 백만년만에 영화도 보고 맛난거 먹으며 데이트를 했다. 오랜만에 음식이 입으로 제대로 들어가는 참다운 외식.. 그리고 데이트.ㅋㅋ
남편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꼭 휴가를 내서 우리 둘만의 요런 시간을 꼭 만들거란다. ^^

사랑의 계절~
어느 가을날의 추억.
땡큐베리망치 둘카마라씨~ㅋㅋ











'viol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번째 띵굴시장 @일산 벨라시타  (0) 2017.06.19
이케아 광명점 첫방문.  (0) 2017.05.15
나는 다시...  (10) 2011.08.01
망가진 개미허리  (10) 2011.07.11
Illustrator Benjamin  (2) 2010.01.22
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