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엄마

2010. 12. 11. 21:57 from white






뱃속의 둘째도 아들이라고 하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흠... 이제 곧 깡패가 되겠군..."

깡패가 되긴 싫었지만 지금 난 어느정도 그 말대로 된 것 같기도 하다.
어느집이나 아이 둘쯤 키우다보면 점점 그렇게 되는게 순리 아닐까?? ㅋㅋ


초등학생이었던 나보다 대여섯살 어린 아들 둘을 키우던 아랫층 아줌마 생각이 난다.
두얼굴의 아줌마.

두 아들에겐 그야말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화의 시작과 끝이 대화가 아닌 였다.
그러다가도 지나가다 눈이라도 마주치거나 서로 인사를 하거나 할 땐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따로 없을만치 부드럽고 다정하고 나긋나긋하기 그지없었던 두 얼굴의 아주머니.
나 뿐만이 아닌 두 아들을 제외한 그 어떤 사람에게도 아줌마는  참 천사같았다.(아저씨에겐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그 두모습을 보며 난 과연 어떤게 아줌마의 본모습일까 궁금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천사의 탈을 쓴 호랑이 아줌마...라고... 아줌마의 본모습은 호랑이일거라고... 은연중에 난 그렇게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두 모습 모두가 결코 가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아줌마의 본모습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두 아들의 엄마가 된 지금에야 깨닫는다.
호랑이와 천사의 두 얼굴을... 두 목소리를... 지금 나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ㅡㅡ;;
그리고 그건 어떠한 가식도 가면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의 두가지 모습이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어느 집에나 악역을 맡는 사람이 자연스레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집에선 그 역할이 엄마인 나다.
주말이 아니곤 몇 시간 같이 있지도 못하는 아빠가 그런 역까지 맡기엔... 아이들에게나 아빠 본인에게도 너무 잔인한 일같기 때문이다.
고로 나는 늘 천사이고자하나 어쩔 수 없이 호랑이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을 산다고나 할까. ^ㅗ^=
우리 아이들이 바른 아이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나는 기꺼이 호랑이가 된다.
사실 말이야 그렇지만 그냥 욱 하고 성질내는 엄마일 때가 더 많을거다. ^^;;


꽤나 오래 전 일이다. 유재가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할 때였으니까.
은후랑 같이 놀다 내가 무심코 괴물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에 은후는 재밌다고 깔깔대고 웃고 유재는 무서워 엉엉 울기 시작했다.
우는 유재를 안아 달래주며 은후에게
"유재는 아직 아가라 무서운게 많아~ 은후도 뭐 무서운게 있어?" 물었다.
그랬더니 우리 은후...
"은후는 엄마가 무서워."
몇 번을 다시 물어도 은후는 엄마가 무섭단다. @.@;;

또 언젠가 목욕을 하고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고 있는데 우리 은후...
"엄마는 얼굴이 하나야?" ...... ㅡ.ㅡ잉?
엄마는 얼굴이 두개다 이눔아~!!
엄마는 괜시리 뜨끔했다.


천사 VS. 호랑이


너무도 극과 극인 둘 사이를
엄마는 어제도 오늘도... 왔다갔다하며 산다.
내일은 좀 더 부드러운 호랑이가 되어야지... 늘 다짐하면서...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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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