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소동

2009. 5. 14. 23:04 from white

저번주였나?
베란다를 정리하다가 구석진 시멘트 벽에 붙어있는 달팽이 한마리를 발견했다.
손톱만한 제법 큰 달팽이가 속은 다 말라버린 채 죽어있었다.
여섯 살 때였나? 비 온 뒤 계단에서 발견한 커다란 달팽이를 가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살아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불쌍한 마음에 버리지 않고 화분 위 숯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그 달팽이를 오늘 은후가 먹었다. ㅡ.ㅡ




은후가 꺾은 잎사귀 은후가 먹은 달팽이




산책을 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베란다 화분으로 쪼르르 달려가길래
옷도 더러워졌겠다 그냥 노라구 뒀다.
한참을 놀고... 씻겨주려고 화장실로 데려갔는데...
입 속에... 사탕을 먹 듯 뭔가를 혀로 굴려가며 오물오물거리고 있는거다. 
꺼내려고 입을 열어보는 순간...
그 때 그 달팽이가 떡하니......... ............ ㅠ.ㅠ
그 땐 분명 죽은 달팽이였는데 은후가 갉아먹은 달팽이집 속으론
찐득한 달팽이 속살같은 게 보였다. 설마............ㅠ.ㅠ
입 속을 닦고 또 닦아주었지만...
그 뒤론 은후가 입을 조금만 벌려도 달팽이 껍데기 조각이 보이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하루종일 계속됐다...

그렇게 소동이 한차례 지나가고......
난 또한번 심장이 ............! ㅠ.ㅠ
별 생각없이 달팽이를 잠시 넣어두었던... 주방 옆 화분 속을 무심코 들여다봤더니...
다시 살아난 달팽이가 까만 더듬이를 하늘을 향해 있는대로 쭈악 뻗고는
두리번두리번 이게 무슨일인가... 이리기웃 저리기웃 하듯
징그럽게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ㅠ.ㅠ
쭈악 뻗은 더듬이처럼 정말이지 내 머리카락도 하늘로 쭈악 뻗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은후의 침범벅으로... 긴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달팽이.
이놈도 어지간히 놀랐겠지.
비가 온 줄 알았으려나? ㅋㅋ
그나저나 우리집엔 어떻게 오게 됐을까?
언제부터 같이 살고 있었으려나?
암튼 은후가 살려냈으니... 은팽이라고 이름붙여주고
오늘부터 잘 키워봐야지. ㅋㅋ


심장이 덜컹덜컹했던 하루다... 휴............





달팽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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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