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치료

2014. 2. 27. 22:32 from white

다친 이를 치료받기 위해 치과에 간 적은 있었어도
그래도 애기때부터 철저히 관리해 충치 걱정없이 일곱살까지 잘 지내왔는데...
사탕, 캬라멜과 친해지며 이 관리를 더 철저히 했어야 할 시기에
이젠 혼자서도 잘 하겠지 방심하고 양치 후 매번 해주던 점검을 멈추었다.

그렇게 완전히 은후 혼자 이를 닦기 시작한 지 네 달정도 지나
우수수수 충치가 생겨버렸다. ㅠ.ㅠ

치료를 요하는 여섯개의 충치.
충치 수가 많아 수면치료와 일반치료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수면치료로 하루에 모두 끝내기로 결정.

얕은 낮잠을 자는 정도의 마취...

아무리 안전하다 한들 썩 내키는 선택은 아니었지만...
은후를 위해 내린 최선의 결정이었고... 좋은 선택이었다.

아침 일찍 병원 도착해 약을 마신지 얼마 되지 않아 은후는 곧 반응을 보였다.
아이에 따라 반응도 온순형, 반항형, 예민형, 주의를 요하는 특이반응군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은후는 딱 온순형이었다.^^ 그리고 아주 수다쟁이가 됐다.
해롱해롱 하면서도 계속 쫑알쫑알......

은후의 무의식 세계를 들여다보는듯 했던 그 시간...

"난 엄마가 제일 좋아."

"엄마아빠 사랑해요."

"난 엄마가 참 좋다... 내가 모르는걸 계속 가르쳐주니까..."

"아... 몸이 왜이러지?"

"걸어볼래..."

"엄마가 안아주는 것도 편한데 여기도 편해..."

(거울을 보며) "난 또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문인 줄 알았네..."

"율빈이네 몇 시에 갈거야?"

"어지러워..."

"엄마 나 저번에 응급실에서... 마스크 쓴 의사선생님이 치료해 주셨지...?"

"빨리 가고 싶다..."

"여덟개... 내 나이만큼."
.
.
.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신기한지 자꾸 일어서서 걸어보려 해 말리느라 애먹었다.
또 평소엔 아빠밖에 모르는 녀석이 엄마에게 얼마나 살갑게 애정표현을 날려주는지...^^
참 다행이었다. 내가 들여다 본 은후의 무의식의 세계는 참 밝고,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ㅎㅎ

치료실 들어가 웃음가스를 마시고... 가물가물 의식이 거의 없어진 상태를 확인하고 내가 나가려고 하는데 우리 은후, 다시 눈을 번쩍 뜨며 움직이려 했다. 아이도 본능적으로 엄마를 느끼는가보다.

치료 도중... 치료해야 할 충치가 두 개 더 늘어났고 총 여덟개의 충치치료가 한시간 남짓 걸려 끝났다.









보통은 치료 후 오래 걸리지 않아 바로들 깨어난다고 하는데...
은후는 회복실에서 한시간 반쯤... 오래오래 긴 잠을 자고서야 일어났다.

집에 가서 푹 더 쉬어야 하는데...
율빈이네 집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라고... 꼭 가야 한단다. 괜찮단다.
결국엔 집에 잠깐 들렀다 절친 율빈이네 집으로.  결국엔 갔다.
신나게 놀고... 저녁엔 잠도 오히려 늦으막히 자고.
치과에서 아이의 상태를 물으러 저녁때 전화가 왔었는데
집에 돌아와 낮잠도 안자고 이렇게 노는 아이가 없다고... 아직까지 자는 아이도 있다며 은후는 체력이 진짜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또한번 이은후 너에게 두 손 들었다 !

암튼 중요한건.
앞으론 캬라멜좀 자제하고 치카치카는 구석구석 꼼꼼히 잘하자는 거. ㅋㅋ



은후와 며칠 간격으로 유재도 충치치료를 받았다.
다섯살이면... 은후형은 유치원 들어가고 사탕,캬라멜 막 시작했을 무렵인데...
설탕덩어리 일찍 입에 댄 둘째는 다섯살에 벌써 충치치료를 받는구나. ㅠ.ㅠ
예상된 결과거늘... 엄마는 너무 속상하다.

충치 세 개.
처음엔 입도 크게 벌리고 씩씩하게 치료 잘 받는가 싶더니
곧 씩씩하게, 사나이답게, 우렁차게, 눈물 뚝뚝 흘리며 엉엉 울던 우리 유재.
알아 네 맘... 엄마도 다 겪어봤어... 애기때...ㅠ.ㅠ
그순간은 엄마의 위로도 격려도 모두 소용없단걸 엄마도 다 알아...

암튼 결론은 역시 다시는 이런 고통 겪지 않게 이젠 사탕도 조금만 먹고 치카치카도 구석구석 꼼꼼히 잘하자는 거. ㅋㅋ





 



Black or White.

먹으면 하얀이가 되는 음식들과 까만이가 되는 음식들.
유재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까만이 쪽에 모두 모여있는데...
하얀이가 되려면 먹어서는 안된다.
사탕도 초콜렛도 마이쮸도 아이스크림도... 먹으면 모두 까만이가 된다.
이제 녀석도 심각하게 고민이란걸 하는 눈치다.
딸기맛을 먹을까 복숭아맛을 먹을까 그런 행복한 고민이 아니라...
하얀이와 까만이 사이에서... 먹고싶은걸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몸소 터득해가는 중... ^^








"엄마, 이거 먹으면 하얀이 돼요, 까만이 돼요?"

유재의 머릿속에선 이제 모든 음식들이 흑과백으로 나뉜다.
그리곤 고민한다.
귀여운 고민을...
꼼짝않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작은 뒷통수가 자꾸만 떠오른다. ㅋㅋ

딴엔 인생 최대의 꽤나 심각한 고민이겠으나......
엄마눈엔 그저...... 키득키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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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