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런 라이더

2014. 9. 26. 14:09 from milky




우리집 형제는 참 다르다.
운동신경 또한 참 다르다.










저렇게 험한 곳만 굳이 찾아다니는 형과 달리
동생은 몸을 어지간히도 사린다.


유별나게 운동감각이 좋았던 은후는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하면 쌩쌩 날아다녀서
금세 내 눈에서 사라지곤 했는데
세발자전거 졸업하고 두발자전거로 갈아탄 유재는 다시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같았다.

형아의 저 페달없는 두발자전거를 진작에 물려받았으나 중심잡기가 영 되질 않아
그저 두 발로 어기적어기적 힘겹게 끌고 다니던 모습이라니......

유재에겐 페달없는 자전거가 맞지 않았다.


유재 몸에 딱 맞는.
페달도 있고 보조바퀴도 달린.
안전한.
이왕이면 유재가 좋아하는 파랑색으로.



그렇게 고른 유재의 두발 자전거 되시겠다.
Yamaha Kids Moto BMX Bike. 12인치.
비교적 착한 가격으로 직구.
첫인상이 참 뽀대났다.










조립이 전혀 안 된 상태로 도착.
설마 빠진 부품은 없겠지?... 하며 살펴보는데 뭔가 허전해보이는 것이 브레이크가 없다!!
박스 속을 다시 봐도 없다.

사진에선 분명 본 기억이 있는데... 부랴부랴 제품설명서를 찾아 읽어보니...
다행히 코스터 브레이크(coaster brake)라고 페달을 거꾸로 밟아 멈추는 브레이크 방식이었다.
아이들은 손에 힘이 약해서 발로 멈추게끔 만들어진... 암튼 잘못 온 게 아니라니 휴... 다행.








남편 오면 맡길까 잠시 고민하다...
온니 아빠밖에 모르는 녀석에게 점수좀 따볼까 하고 내가 직접 조립해 주기로.

간단해보이네. 길어야 한두시간 걸리겠지...








하고 시작했다가 두번째 뜨헉~
부품 하나가 또 없다.









바로 이 wedge nut 란 녀석 때문에... 한시간쯤 예상했던 나의 소중한 자유시간이 통째로 다 날아가버렸다.
 
핸들과 몸체를 튼튼하게 연결시켜주는 아주 중요한 조절장치인 이 웨지너트란 것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을 때...
박스 속 스티로폼 완충제 한조각인 줄 알았던 무엇인가가 박스를 기울이는 순간 묵직하게 떼구루 굴렀다.

아아아아... 이 밤톨같은 녀석 하나 때문에...ㅠㅠ 아까운 내 시간을...ㅠㅠ
허무... 허무...








웨지나사, 핸들 합체.








핸들, 몸체 합체.  완성!








이렇게 완성한 게 4개월 전 일인데
유재는 요즘 들어서야 요 자전거에 슬슬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자전거 등원 오늘로 9일째.














걸어가는 시간보다 타고가는 시간이 어째 더 걸리는 듯 하지만...
구르는 재미를 천천히... 천천히... 터득해가는 듯. ^^








코스터 브레이크로 멈춘 후 손목운동 중. ㅋㅋ








보조바퀴가 있지만 왠지 불안불안...ㅋㅋ


 


 











조금만 내리막이 나와도 위험하다고 내려서 끌고가고
잘 달리다가도 한번씩 페달을 반대로 밟아 잘 멈추는가 확인하고
저~~~ 멀리서 차가 오는 소리가 들려도 열 번은 뒤돌아보며 벽에 딱 붙어 꼼짝 않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니 형아 동생 맞니? 싶다. ㅋㅋ
참 다른 형제.
둘의 조심성을 섞어 딱 반반씩 나눠주고 싶으다. ㅋㅋ










돌아올 땐 꾸부정하게 끌고오느라 내 허리는 좀 뻐근하지만...
바퀴 네 개 달달거리는 소리에 온동네 컹컹이들은 컹컹대지만...
유재는 다음주도 계속 자전거 출근을 하시겠단다.
오늘 아침엔 보조바퀴 두 개가 헐거워져 단단히 조였다.

















그래 자전거와 많이 많이 친해지자 유재야.
온가족 모두 자전거 하이킹할 수 있는 날이
바로 너에게 달려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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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