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2009. 11. 30. 14:27 from white




틈만 나면 화장하는 녀석.
엄마 딸기향 립스틱 뭉개바르고 입맛 다시고 있다.
아빠 세수하고 나오면 스킨 꺼내서 바르라고 건네주고
아빠 없을 땐 몰래 자기가 바르고. 그러다 들키면
태연한척 "아빠스끼인~ 아빠스끼인~" 가리키며 이건 아빠스킨이란다.

향이 좋아 그런가? 화장품은 찍어바르다 꼭 슬쩍 먹는다. 로션이고 크림이고 에센스고.
얼마전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손에 녹아 로션처럼되니
손바닥으로 탁탁 펴서 두뺨에 바르더라. ~.~



옷에도 빨간색이 묻었길래 갈아입히려고 보니
손에는 또 언제 만졌는지 숯검댕이 자국이.






저녁 차리는 중에 아파트 부녀회장이 찾아와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뱅어포를 다쏟았다.

괜찮아~ 까짓것.






엄마가 책상서랍에서 잠깐 뭣좀 찾는사이
책상 위 피스타치오 한통을 다쏟았다.
다시 다 담으라고 하니 한알한알 벽에 던지고놀며 좋아라하는 중.






엄마 의자를......ㅠ.ㅠ
손에 볼펜을 쥐고 있을 땐 눈을 떼면 안되는데.
방에 아빠가 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워지지 않는 작품을 남겼다.
아빠는 좀더 주의를 기울이시오~~






토스트를 굽는데 이상한 탄내가 펄펄나서 보니
언제 넣어놨는지 냉장고에 붙어있던 자석 자동차 한대가 토스트기 안에 떡하니.
버스 자리만 빵이 안구워졌다;;



뒷면은 이렇게 타버리고.



어제는 싱크대에 아이팟을 던져버리는
설마하던 사고가 결국 일어났다.
참 운이 나쁘게도 USB 단자 부위가 찌그러져버려
충전도 못하고 컴과 연결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찌그러진 부위를 바로 펴기위해 그 슬림하고 매끈한 몸체에 대고 망치질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어제의 그 가슴아픈 상황이란. OTL
다행히 짹이 다시 들어갈 수 있게 찌그러진 부위가 겨우 펴지긴 했지만
움푹 패인 흔적은 어쩔 수가 없다.
엄마아빠는 조그만 잔기스도 싫어 얼마나 조심조심 다루는데 이눔아~~
성질좋은 은후아빠도 어젠 몹시 화가나 무서운 소리로 은후를 야단쳤다.
은후가 제일 싫어하는 '꼼짝못해'벌을 한참을 주고도 아빠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아마도 은후는 또 던질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싱크대와 부딪혀 만들어내는 갖가지 소리들을 즐기고
와장창 하는 소리에 맞춰 와하하 웃으며 또 쾌감을 느낄 것이다.
엄마아빠의 놀란 반응에 기뻐할 것이다.
마치 자기가 대단한 일을 해내기라도 한 양.
어젠 싱크대에 물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싱크대 막음장치를 심각히 고려중이다.



한 6개월 겪었으니 이젠 이런 일상에 슬슬 적응되어갈 만도 한데.
적응됐다 싶다가도
아직도
아직도다.

엄마아빠를 쉴새없이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녀석.
오늘도 이녀석은 잔잔한 호수에 쉴새없이 돌멩이를 던져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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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