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슴

2009. 12. 10. 13:15 from white



주말 저녁.
화장대 앞을 지나가다 언뜻 거울 위에 뭔가가 있어 보니
사슴 한마리가 섬뜩한 포즈로 곤두박질쳐 있다.
범인은 보나마나...... ㅡ.ㅡ+
스무살 봄부터 곁에 두고 지내온 나의 유리사슴.
조카 지유가 애기때 다리를 한번 부러뜨렸었는데
요번엔 은후가 종이받침에서 부욱 뜯어버렸다.
뜯어진게 대수냐... 깨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 싶어
은후에게 주의를 주고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그 다음날 저녁.
방에서 와장창 소리가 나서 가보니
남편이 책상 위에 있던 연필꽂이를 떨어뜨려 박살을 냈다.
흩어진 펜들 사이에 목이 뿐질러진 채 나뒹굴고 있던 나의 밤비볼펜. ㅠ.ㅠ







그 아들에 그 아부지다.
어째 사슴들만 골라서...... ㅜ.ㅜ
우리집 두 남자는 내 물건을 좀더 조심히 다뤄주었음 좋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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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니 사슴은 다시 거울 위에 올라가있다.
은후에겐 이제 저기가 제자리인 것 같다.
그냥 저 자리에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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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