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학교 시상식

2010. 1. 19. 13:26 from sky





몇 달 전 창조학교에서 개최된 '8마리 원숭이 생각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남편이 톡톡아이디어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 남편은 휴가를 내고 참석해
총괄멘터로 계신 이어령 명예교장님으로부터 상장과 100만원의 상금을 수여받고 왔다.







와~~~ 짝짝짝~!!! ^^
창조활동지원비란 명목으로 받은 100만원의 상금은 얼마전 질렀던 우리의
맥북프로 카드값에 보탰다. ^^








우리나라 아이폰1호로 불리는 이성진씨와 함께.
처음 만난 사람들이 참 절친같이도 나왔다. ㅋㅋ
이분도 참 대단하다.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들어오기도 전
해외 경매사이트에서 구입하고 전파연구소에 가서 개통을 했단다.
목빠지게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기것으로 만드는 사람도 있구나.







이찬진 멘터와 함께.
아이폰1호분이 남편의 아이폰으로 찍어주신 사진.
이찬진 멘터와 남편의 얼굴크기가 아주 막상막하였는데
찍고나서 사진보고 이찬진 멘터 아주 기뻐하심. 얼굴 작게 나왔다고. ㅋㅋ








이영희 멘터의 개량한복 패션쇼.
역시 우리것이 아름답다.
전통과 현대적감각이 이렇게 멋드러지게 어우러지다니.
화려하고 드레시하게 변신한 한복들에 넋이 나가
제대로 건진 사진이 별로 없다.
더 다양한 색상들이 많았는데 모두 천연염색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그 깊고 오묘한 색감들을 모두 담아오지 못해 아쉽다.








이 날 시상식은 창조학교의 멘터-멘티와의 만남 행사의 일부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멘터로 계신 각계각층의 창조적 인사들과 자리를 함께해 좋은 말씀까지 많이 듣고온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같은 크기 같은 색깔들이 모여 한 줄에 묶여있는 진주목걸이가 되지 말고
제각각 다른 모양 다른 색깔의 진주알이 되어 세상 곳곳 각자의 위치에서 각각의 빛을
발하는 삶을 살라는 김남조 시인의 말씀이 마음 속에 남는다.


창조적 마인드와 열정으로 가득찬 이어령 총괄멘터님의 강연도
단단하게 굳어있던 무뎌진 내 마음 속에 큰 자극이 되고 울림이 되었다.



참 단순하지만 정신없이 달려온 나의 지난 2년.
아이를 낳으면 꼭 내 손으로 키우겠다던 나의 오랜 다짐은 이루고 있지만...
아이를 낳아도 절대 아이에게만 매여있지 않고 내 삶도 찾고 나를 위한 시간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겠다던 생각은... 그야말로 아가씨때였기에 가능했던 생각이었고,
철모르는 욕심이었던 것 같다.
24시간을 아이와 함께하는 엄마로서 지내온 지난 2년간의 내 삶은
아이에게 완벽히 흡수되어버린
아이의 생활의 일부였다.
내가 선택한 삶이고, 힘들어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가끔씩 문득문득 고개를 드는-엄마와는 별개로서의- 내 안의 자아라는 것... 때문에
마음은 한번씩 복잡하게 헝클어져버리고 만다.

하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것,
한 아이가 한 사람으로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온전히 돕고 있는 지금 내 생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는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 아이를 내 의지대로, 내 손으로 키울 수 있는 지금 내 상황에 감사하면서
더 멀리 보고...
현재에 더 충실해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이기적인 욕심에 자꾸 버둥대는 마음을 추스리며...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지혜로와진다면 먼훗날 내 삶이
엄마로서도, 내 자신으로서도 좀더 자유로와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레밍을 아시나요

어느 외국인이 그랬지요. 한국인은 레밍과도 같다고요.
레밍은 북방에 사는 들쥐 같은 작은 동물입니다.
이상하게도 한 마리가 뛰면 다른 것들도 덩달아
그 뒤를 좇아서 따라가는 습성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때로는 천 마리, 만 마리 무리를 지어 한데 휩쓸려 달리다가
바다로 뛰어들어 집단 자살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느 외국인이 한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걸 보고
레밍 같다고 말을 했지요.

분노의 주먹을 쥐기 전에 생각해 봅니다.
아니라고 부정하기 전에 먼저 내 모습과 이웃들의 얼굴을 생각해 봅니다.
나만은 그렇지 않다고 우기기 전에 비디오를 되감듯이
지나온 날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남들을 따라서 레밍처럼 들판을 가로지르고,
숲과 도시와 냇물을 가로질러서 바다에 떨어져 함께 파도에 휩쓸려간
우리의 맹목적인 모습들이 떠오를지 모릅니다.

이제는 아닙니다. 내 품 안에 내 아기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커서 레밍이 되어
어느 들판을 무리 지어 달리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내 아기는 바람이 불면 한곳으로 눕는 풀잎이 아닙니다.
내 아기는 한 마리가 울면 모두 따라 우는 개구리,
달밤의 늑대 무리가 아닙니다.
내 아기는 다른 아이와 지문이 다르듯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생명,
내 아기는 내 아기의 이름으로 키워갈 거예요.

옛날, 서로 다른 천을 모아 아름다운 조각보를 만들었던 우리의 누님들처럼,
옛날, 작고 큰 돌을 모아 튼튼한 돌담을 만들었던 우리의 형님들처럼,
그렇게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현란한 삶의 무늬를 짜가는 새 천년의 사회.
남과 다른 독창성이 서로 어울려 거미줄같이 이어진 네트워크 사회.
내 아기는 더 이상 벌판으로 떼 지어 다니다가
바닷물에 빠져 죽는 레밍의 무리가 아닙니다.
그 외국인에게 말하세요. 아주 큰 소리로 말하세요.
"이제는 아닙니다."


전에 이어령 선생님의 <어머니와 아이가 만드는 세상>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나
같이 올려본다.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사랑과 행복이, 희망이 퐁퐁 샘솟는 
티없이 맑은 우리의 아기들.

창조적인 엄마, 아빠
지혜로운 엄마, 아빠가 되어
내 아기도 창조적으로, 지혜롭게 잘 키워가고 싶다.


창조적인 남편 덕분에 모처럼 애기엄마는
머릿속에 마음속에 시원한 바람을 가득 채워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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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

중독

2010. 1. 14. 14:40 from yellow






내가 중1 때,  페르시아 왕자라는 도스게임이 있었다.
60분이란 시간 안에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해내는 게임이었다.
난 밥먹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 중1 여름방학 한 달을
공주를 구해내는데 꼬박, 모조리 바쳤다.
미로같은 성 안을 찾아헤매며 총 12단계를 깨야했는데 젤 마지막 단계에서 계속 헤매다
결국은 언니방에서 우연히 보게된 PC잡지에서 해답을 얻어
마지막 12단계를 깨고 공주를 구해냈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땐 칠판글씨가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고
어릴때부터 안경이 쓰고싶어 그토록 노력해도 꿋꿋하기만 했던 나의 시력은
그 뒤로부터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굉장한 마이너스 시력이 되고 말았다.
결국 나는 나의 시력과 바꿔 공주를 구했던 것이다. 이런 바보같은......ㅡㅡ;

당시 녹색화면의 16비트 컴퓨터 앞에서 하루종일을 보냈으니 그럴만도 했다.
나의 시력과 바꾼 껨이라 잊을래야 잊을수도 없거니와
지금 생각해도 왕자의 동작은 참 유연하고 섬세했고,
적을 찌를 때와 가시밭에 떨어질 때.. 등등 갖가지 음향효과도 참 리얼하고 섬뜩했다.
화면만 거칠다 뿐이었지 참 세심하게 만들어진 껨였다.
보물찾기하듯 여기저기 숨은 힌트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었고
8단계였나? 난관에 처해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새앙쥐 한마리가 기어나와 도움을 주고 가던.. 나름 깜찍한 요소들도 기억에 남는다.





내 시력을 앗아간 공주.
왕자와 뜨거운 포옹을 하며 게임은 끝난다.
갖은 난관을 헤치고 고생 끝에 만난 공주와의 엔딩 장면은 허무하리만큼 별 게 없었다...
왕자가 꼽추같아보이리만큼 등을 굽혀 공주를 꼭 껴안아주던 모습.. 그게 다 였다.

어릴때부터 껨을 몹시도 좋아했던 나는 암튼 이렇게 한번 무섭게 데고 난(?) 후부턴
게임을 멀리했다.
90년대후반 스타크래프트로 전국이 들썩일 때도...
난 또 심하게 중독될까봐
또 나의 중요한 뭔가를 잃게될까봐;;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구경조차 하지 않았다.
다행히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류의 껨이기도 했고.



은후는 내가 컴퓨터앞에 앉아있는걸 몹시도 싫어한다.
쪼르르 옆에 와서는 내 손을 잡아끌며  "띠-디-디-  딩~" 윈도우 종료음 소리를 반복하며 빨리 끄라고 한다.
좀더 어릴 땐 그냥 스위치를 꺼버리거나 코드를 뽑아버린 적도 많다.
며칠 전 내가 컴 앞에 꽤 오래 앉아있었는데도 이녀석이 뭘하는지 조용하길래... 또 사고를 치나 싶어 가보니 엄마아빠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곤 발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설마 또 낮잠을? 혹시라도 깰까싶어 조용조용 다가가보니 이불 속 깊숙이서 들려오는
"띠리링 띠링띠링 띠리리링~~♪"
닌텐도 마리오카트 노래소리. ㅡ.ㅡ
이불을 들춰보니 눈앞에 바짝 화면을 대고는 게임에 심취해있다.
이불 뒤집어쓰고 깜깜한 어둠속에서...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던게냐... ㅠ.ㅠ
자기 나름대로 엄마의 간섭을 피할 포근하고 안락한
안전한 장소를 찾고싶었던걸까?
이런 상황이 난 너무 당황스러웠다.






핸드폰, 리모콘, 각종 버튼달린 기계들...
게임기는 오죽하랴.
아기들이 좋아할 수밖에.

중독이란 무서운거다.
어릴때부터 습관이 중요하다.
자제력도 훈련이라 생각한다.
내 시간을 찾겠다고 아이를 무심히 방치하지 않겠다.









다시 페르시아 왕자로. ^-^
이젠 3D게임으로 여러가지 시리즈가 나와있고
비주얼도 정말 비교도 안되게 화려해졌다.
시간의 모래 - 전사의 길 - 두개의 왕좌...
또다시 발동이 걸려온다.
하지만 하루 24시간도 모자란 애기엄마가 껨은 무슨...
나중에 내 취미생활을 맘껏 즐길 수 있을 때쯤...

그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땐 무모하게 빠져들지 않고 적당히 할거다.

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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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 :

꽃소년

2010. 1. 12. 18:00 from white






변기를 끌고와 딛고 서서는 분무기로 칙칙 물을 뿌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은후덕분에 나무는 늘 배가 부르다.

나무에 물을 다 주면 꼭 자기 입에도 대고 칙칙 물을 준다.








냉동실 문에 넣어둔 장미차를 자꾸 꺼내가지고 와
"꽃~ 꽃~"  한다.
꽃을 냉동실 안에 넣어두는게
이상한가보다.
넣어놓으면 어느새 또
또...
자꾸만 꺼내온다.
은후 손이 안닿는 높은 칸으로 옮겼다.


꺼내와도
꺼내와도
엄마는 왜 자꾸 냉동실 안에 꽃을 다시 가두는걸까.
궁금하겠지?
엄마는 꽃을 먹기도 한단다. ^^


아직 은후에게 세상은 참 헷갈리다.


마음이 하얀 우리집 꽃소년은
파란 새싹처럼
무럭무럭 예쁘게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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